밤 11시, 스마트워치가 받은 ‘없는 사람’의 심박수
그날 밤, 나는 혼자였다. 정확히는 혼자여야 했다.
오전까지 함께 있었던 룸메이트는 출장차 부산으로 떠났고, 원룸엔 나 혼자 남아있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벌어진 건 자정이 가까운 시각, 내 스마트워치에서 시작되었다. ‘근처 사람의 심박수 감지됨’이라는 알림. 그런데 기록을 확인하자 심박수가 두 개였다.
설마… 그게 진짜였을까?
단순한 기계 오류일까. 아니면,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나와 함께 있었던 걸까. 나는 그 알림이 단순한 오류가 아님을, 곧 깨닫게 되었다.
사라진 ‘낯선 심박수’의 주인
심박수는 약 87bpm. 건강한 성인의 안정 시 심박과 유사했다. 문제는, 기록이 내 것과 0.3초 간격으로 정확히 교차하며 나타났다는 점이다.
이건 우연이라기엔 지나치게 정교했다. 설정을 확인했지만, 다른 디바이스나 사용자와 연결된 이력은 없었다. 게다가 이 알림은 ‘타인의 심박수’ 기능이 꺼진 상태에서도 나타난 것이었다.
내 워치에 해킹이라도 일어난 걸까? 그러나 블루투스 연결 범위 내엔 내 폰 외에 그 어떤 장치도 잡히지 않았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더 큰 충격에 빠졌다. 나와 교차되던 그 심박수는 새벽 2시 43분을 마지막으로 갑자기 멈췄고, 그 시각에 아파트 단지 근처에서 한 노인의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떴다. 경찰 발표에 따르면, 시신은 발견 당시 이미 사망한 지 3시간이 지난 상태였다고 한다.
하지만 내가 본 기록은 분명 새벽 2시 43분까지 살아 있는, 뛰고 있던 심장이다. 누군가… 내 방 안에서 숨을 거둔 걸까?
그날 이후, 계속해서 나타난 ‘두 번째 심박’
그 이후로도 나는 혼자가 아니었다.
심지어 룸메이트가 돌아온 후에도, 그 ‘두 번째 심박수’는 계속 내 워치에 나타났다. 하루에 두 번, 정해진 시간도 없이 불규칙하게. 한 번은 내가 샤워할 때, 한 번은 거울 앞에서 면도할 때. 마치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듯한 시점에서만 발생했다.
경찰에 이 사실을 말했지만, 그들은 “웨어러블 기기의 오류일 수 있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무언가’가 내 곁을 떠나지 않고 있다는 걸.

방 안 CCTV를 설치했지만, 영상 속엔 아무것도 없었다. 아니,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심지어 내가 지나간 자리에 내 그림자조차 흐릿하게 흔들리는 영상 노이즈가 감지되었고, 어느 순간부터 영상이 일정 시간 멈춘 뒤 다시 재생되는 일이 반복되었다.
누군가는 이걸 장난이라고 했고, 누군가는 내가 정신적으로 불안정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확신했다.
그 심박수는, 죽은 이의 마지막 흔적이었다.
워치에 저장된 ‘유령의 리듬’
워치는 일종의전 남편이 아이 학교 앞에 나타났습니다 기록장치다. 심박, 움직임, 수면. 그런데 사람들은 잊고 있다. 그것이 단순한 데이터가 아니라는 것을. 그 안엔, 때로는 기억되지 말았어야 할 것들도 함께 남는다.
나는 나중에 알게 되었다. 내가 쓰는 스마트워치의 이전 사용자는, 이 방에서 2년 전 숨진 30대 남성이었다. 자살로 종결된 사건이었다. 그런데 이상한

그는 죽었지만, 워치는 살아 있었다. 그의 마지막 심박, 마지막 움직임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고, 그 기록이 내 시간 속에 다시 재생되고 있던 것이다. 혹시 그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면? 혹시 그가 무언가에 쫓기고 있었다면?
이제는 나도, 그 리듬의 일부가 되었다
몇 주 전부터는, 내 워치가 아예 새로운 경고음을 내기 시작했다. **“심박 간섭 발생”**이라는 문구가 떴다. 이건 사용설명서에도 나와 있지 않은 알림이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잠결에 어떤 속삭임을 들었다.
“내가 다시 뛰고 있잖아.”
나는 그날 이후 워치를 버렸다. 더 이상은 기록하지 않기로 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심장은 어느 순간부터 자꾸 불규칙하게 뛰고 있다. 마치 다른 심장과 교차하듯… 타인의 리듬을 따라가듯.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누군가는 봤다. 그리고 지금은… 나 혼자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