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호선, '없는 역'에서 내린 사람들…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그날, 나는 분명 신촌역에서 강남역으로 가는 중이었어. 그런데 눈을 떠보니, 내 앞엔 ‘망각역’이라는 이름의 간판이 서 있었지.” 이 기묘한 증언은 지난 2023년, 한 커뮤니티에 익명으로 올라온 글에서 시작되었다.
도심 속 가장 붐비는 노선인 서울 지하철 2호선. 매일 수백만 명이 이용하는 이 순환선에서, 존재하지 않는 역에 내렸다는 제보가 무려 수십 건에 달한다. 실제로 지도에도, 공식 노선도에도 표시되지 않는 ‘없는 역’의 이야기. 하지만 그 증언 속 묘사는 하나같이 너무도 구체적이었다.
그들은 “모든 것이 푸르스름한 형광등 불빛 아래 있었고, 광고판은 전부 백지였다”고 말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공통점. 그들은 그 역에서 ‘누군가를 보았다’고 했다. “그 사람은 내 이름을 알고 있었어요.” 설마… 그게 진짜였을까?
지하철 노선에 없는 이름, 그러나 모두가 본 '망각역'
처음으로 ‘망각역’이 언급된 건 2015년 한 네티즌의 블로그에서였다. 그는 당시에도 '순환선에서 갑자기 터널이 길어졌고, 깨어나니 정체불명의 역에 있었다'고 썼다. 이후 비슷한 체험을 한 이들이 각종 커뮤니티, 심지어 방송 프로그램에도 등장하며 그 존재에 신빙성을 더했다.
공통된 특징은 다음과 같다. ① 승객은 주로 피곤하거나 졸린 상태였고, ② 시간 감각을 잃었으며, ③ 알 수 없는 공포를 느꼈다고 증언한다.
누군가는 '정장을 입은 노인'과 대화를 나눴고, 누군가는 '유리로 된 문을 열지 못한 아이'를 목격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 인물들은 매번 다른 사람이 봤는데도 묘사가 일치한다. 이건 단순한 집단 환상일까?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또 다른 차원의 진입로일까?
누군가는 믿지 않았다. 하지만, 누군가는 봤다.
그곳에 다녀온 자들의 공통 증상: 기억 상실과 ‘반복’
‘망각역’에서 돌아온 사람들은 하나같이 기이한 후유증을 겪는다. 첫째, 그들은 일정 시간 동안 자신의 이름이나 주소를 기억하지 못한다. 둘째,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같은 장소를 반복적으로 방문하는 경향을 보인다. 그리고 셋째, 몇몇은 ‘다시 그 역에 가고 싶다’고 말하며 실종되기도 했다.
2021년, 한 남성은 블로그에 자신의 체험기를 남겼다. 그는 “망각역에서 만난 사람은 내 아버지였고, 10년 전에 돌아가신 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그곳에서 아버지와 대화를 나눴고, 깨어났을 땐 강남역 대합실의 벤치에 앉아 있었다고 한다.
그의 글은 끝으로 이렇게 마무리된다. “다시 갈 수만 있다면, 그 사람에게 전하지 못한 말을 꼭 하고 싶다.”
‘망각역’은 이름처럼 사람들의 기억을 흐릿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흐릿한 기억이 오히려 진짜임을 증명하는 아이러니. 이것은 단지 꿈일까, 아니면 다른 시간의 틈에 잠시 스친 경험일까?
그는 말했었다. “그 역에는 시간도, 사람도, 현실도 없었어요.” 이게 가능하다는 말인가?
과학과 음모론, 그리고 ‘망각역 프로젝트’
이해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해 과학계는 ‘수면 마비 상태’ 혹은 ‘루시드 드림(자각몽)’의 일종이라고 설명한다. 지하철이라는 밀폐된 공간, 어두운 터널, 규칙적인 진동과 소음은 뇌에 특정한 자극을 주며 꿈과 같은 상태를 유도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심지어 몇몇 익명의 내부자는 2호선의 구조적 특이성, 즉 ‘순환 구조’가 시간 왜곡 실험에 최적화되어 있다고 말했다. 즉, 이 노선은 끊임없이 순환되며 현실과 비현실의 틈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매일같이 그 틈을 지나고 있는 걸까? 그날의 잠깐 졸음이, 다른 현실의 문을 여는 열쇠는 아닐까?
설마… 그게 진짜였을까?
우리는 정말 그곳에 가 본 적이 없는 걸까?
만약 당신이 2호선을 타고 이동 중, 유독 길게 이어지는 터널에서 이상한 기분을 느낀 적 있다면, 그건 단지 기분 탓이 아닐지도 모른다.
문득 ‘왜 시간이 이렇게 오래 걸리지?’라는 생각이 들었다면, 혹은 ‘분명 잠깐 눈을 감았는데 역이 몇 개 지나간 것 같지 않다’는 이상한 체감이 있었다면— 당신도 그 문턱을 밟았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누군가는 봤다. 누군가는 그 역의 공기, 조용한 플랫폼, 그리고 무표정한 누군가의 얼굴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마지막으로 남긴 한 마디.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곳에서 나는… 행복했어요.”
서울이라는 현실의 도시, 그러나 그 속에서 잠시 스쳐간 비현실. 그게 정말 있었다면… 당신은 과연 내릴 준비가 되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