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이야기★

현실을 넘나든 자각몽, 꿈속에서 만난 ‘죽은 아버지’의 진실

wondertalker 2025. 6. 2. 19:43

나는 그날 이후 매일 밤이 두려웠다. 눈을 감는 순간, 다시 그 꿈으로 들어가게 될까 봐.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공포는 동시에 매혹이기도 했다.

처음 그 꿈을 꾼 날은 정확히 아버지가 돌아가신 지 49일째 되는 날이었다. 푸르스름한 안개가 낀 낯선 마당. 그 안에 서 있는 한 남자. 놀랍게도 그는… 죽은 아버지와 똑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설마… 그게 진짜였을까?

내가 그 장면을 믿지 못한 건 너무도 당연했다. 의식은 분명 깨어 있었고, ‘지금은 꿈’이라는 자각도 분명했다. 흔히 말하는 루시드 드림 상태. 그런데 그는 분명히 내 이름을 불렀다. "수진아." 그 목소리는 너무나 선명했다.

그때 나는 확신했다. 이건 그냥 꿈이 아니라고.






그날 이후, 나는 매일같이 그 마당으로 돌아갔다. 꿈속의 그 공간은 조금씩 바뀌었고, 아버지도 점점 더 '살아있는 듯한' 대화를 하기 시작했다.

"그날, 내가 왜 그렇게 급히 나갔는지 기억하냐?"

그가 말하는 ‘그날’은 바로 교통사고가 있었던 날이었다. 공식적으로는 단순 사고사. 하지만 그는 내게 귓속말로 속삭였다. "그건 실수가 아니었다."

소름이 끼쳤다. 단순한 루시드 드림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차원의 연결 같았다.

꿈의 구조는 누가 설계한 것일까

루시드 드림 연구자들은 오랫동안 주장해왔다. 꿈은 뇌의 무작위적 신경 반응이 아닌, ‘의식의 실험실’이라고. 특히 반복되는 동일 장소, 동일 인물의 등장은 단순한 기억의 파편이 아니라 자각몽자의 ‘의식이 개입한 구조’라고 본다.

하지만 그 ‘구조’를 왜 우리가 아닌 타인이 조작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까?

꿈속의 아버지는 자꾸만 나를 어디론가 유도했다. 마당 안쪽 낡은 창고, 그 안에 가득 쌓인 신문 더미. 날짜는 1997년.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과거였다.

"이걸 보렴. 그때부터 모든 게 시작됐어."

이게 단지 무의식의 연출일까, 아니면 진짜 누군가가 꿈을 통해 메시지를 보내는 걸까?

과학은 설명하지 못하는 꿈의 순간들

루시드 드림 상태에서 우리는 생각보다 더 많은 것을 통제할 수 있다. 하늘을 날고, 벽을 통과하고, 원하는 사람을 불러낼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꾼 꿈은 그 반대였다. 꿈은 나를 통제했다.

심리학자들은 이런 경우를 ‘반전 루시드 드림’이라 부른다. 자각몽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주도권을 빼앗기는 현상. 이런 유형은 대개 강한 트라우마나 억압된 기억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내게는 그런 기억이 없었다. 적어도… 그 꿈을 꾸기 전까지는.






어느 날, 꿈속의 아버지가 내게 물었다.

"너 어릴 적 한 번, 병원에 갔던 거 기억나냐?"

막연한 기억. 분명 초등학교도 들어가기 전이었다. 그리고 그날 꿈에서, 나는 그 병원 복도를 걸었다. 그대로 현실에서 잊고 있던 기억들이 터져 나왔다.

주황색 대기 의자, 냄새나는 엘리베이터, 하얀 문과 그 뒤에 있던 차가운 진료실. 그 안에서 아버지와 의사가 나눴던 말들. "이건 유전적 문제일 수도 있어요."

꿈속에서만 존재하는 진실

나는 그 꿈을 ‘기억의 조각’이라 믿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꿈에서 아버지가 내게 보여준 신문 속 기사 제목은, 실제로 국회도서관 아카이브에서 조회가 되었다.

“서울 변두리 주택가, 연속 실종사건 발생… 당시 8세 소녀 실종”

그 신문은 1997년 8월 19일 자. 내가 본문을 읽기 전, 꿈이 깨져버렸다.

그리고 그날 이후, 아버지는 꿈속에 더 이상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도 믿지 않았지만, 누군가는 봤다. 내 꿈속에서 과거의 진실이 숨을 쉬고 있었다는 걸.






나는 더 이상 그 꿈을 꾸지 않는다. 그러나 여전히 밤이 되면 침대 옆에는 수첩과 펜을 놓는다. 혹시라도 다시 그 마당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봐. 그리고 아버지가 남긴 말을, 다시 이어 들을 수 있을까 봐.

가끔은, 자각몽이 단순한 상상이 아닌 '타인의 기억'을 공유하는 창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그렇다면, 나는 그 밤들 속에서 누구의 기억을 훔쳐 본 걸까?